그것이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
나의 모습을 한 채 먹고 자고 마시고 보고 만지고 듣고 걷고 달리고 말하는 모습들을
아빠와 엄마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
그것을 두려워하고 혐오하고 기피하고 다그치고 절망하고 울고 쓰러지고 체념하는 모습들을
나는 바라만 보았다
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
손짓도 닿지 않고 이 숲을 벗어나지도 못하는 나는
그것이 다 자라 떠나는 모습을 보아도 쫒아가지도 못했다
엄마와 아빠가 그것이 떠나고 한밤중에 짐을 챙겨 떠날 때에도 가지 못했다
붉은 것이 얼굴을 타고 내려와 떨어졌다
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훅하고 밀려들어왔다
스토리텔러: 고동원
하이퍼서사 <미궁의 꿈>의 모든 권리는 고동원, 김하늘, 송다연에게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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